'8월의 폭풍' 서평입니다.

전략 전술에 관심이 있는 전쟁사 애호가라면 작전술이라는 용어에는 나름 익숙할 것이고, 아마 작전술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양차대전 사이에 소련에서 등장하였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소련이라는 국가의 여러가지 한계 때문에 군사전문가들의 이상이 곧바로 현실에 반영되지는 못했지만, 독일과의 전쟁(이른바 대조국전쟁)은 소련이 작전술을 더욱 정치하게 가다듬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가 되었다.


4년에 걸친 독일과의 전쟁 결과 소련군은 단위 전투력과 전술 수준에서는 독일을 추월하지 못했지만, 작전술의 영역에서는 확실하게 독일을 추월하게 되었고 결국 다른 연합군들보다 빨리 베를린에 붉은 깃발을 꽂아 넣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독일과의 전쟁으로 단련된 소련군이 자신들의 장점을 만천하에 과시한 만주작전을 다룬 책이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분단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소련의 대일참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쉽지 않고, 덕분인지 만주작전에 대해서는 오랜 전쟁으로 약체화된 만주의 일본군(관동군)이 대량의 소련군에게 일방적으로 밀린 전투로서 특별히 고찰할만한 가치는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러나 만주는 150만 제곱킬로미터라는 면적만으로도 독일과 프랑스, 저지대국가들과 스페인을 합친 것과 맞먹고, 산맥, 삼림, 고원, 평원, 사막, 늪지대 등 군대가 마주치는 거의 모든 지형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를 지키고 있는 관동군은 만주국이 세워진 이래 15년가량 현지에 주둔하면서 나름의 방어준비를 갖추고 있었고, 소련은 전간기의 충돌로 일본군이 결코 만만하지 않은 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소련군은 충분한 병력과 장비를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집결시켰고, 집결시킨 전력을 활용할 작전계획의 수립에도 최선을 다했다. 독소전의 전훈을 최대한 반영한 작전계획은 기습과 기동에 기반을 두었고, 소련군이 오랫동안 추구했던 전술적, 작전술적 종심에서의 전투를 원칙으로 삼았다.


그 결과, 소련군의 작전계획은 단순히 유럽전선에서 확립된 모범을 아시아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만주의 지역특성과 적의 현 상황에 대응한 창의적인 계획이 되었다.


덕분에 전후 소련군에게 모범이 될 새로운 편제와 대형이 시도되었고 기습의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선택된, 일반적으로 기동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지형의 극복을 위한 많은 조치들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 책은 이러한 소련군의 노력과 이에 대응하는 일본군의 준비를 최대한 상세하게 보여준다. 구체적으로는 각국의 사단/연대 단위의 전투서열, 각 전선군/야전군의 전력과 작전계획, 이해를 돕기 위한 만주의 지형과 소련군의 조직, 편제, 군사이론, 실제로 이루어진 전투의 구체적인 경과까지 그야말로 만주전역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따라서 소련군이 2차대전을 거쳐 어떻게 성장했는지 알고 싶은 사람이나, 만주전역을 상세하게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기대를 훨씬 넘는 성과를 보여준다. 그리고 말미에 첨부된 "'8월의 폭풍''사막의 폭풍'의 관계"는 만주전역과 1차 걸프전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소련에서 태어난 작전술이 미군과 현대전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이제까지 말한 대로, 이 책은 전쟁사 애호가라면 불평의 여지가 나올 수 없는 거의 완벽한 책이다. 유일한 결점이라면 너무 많은 것이 담겨있어 한번에 다 소화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을 듯하나, 이 또한 여러 번 흥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장가치를 오히려 높이는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독자들의 1독과 소장을 추천한다.


이 서평은 8월의 폭풍을 출간한 길찾기에서 진행하는 8월의 폭풍 출간 기념 서평 이벤트의 일환으로 서적 협조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국민의 수준


공지사항

특별히 공지할만한 사항이 없긴 하지만, 아래 내용은 알아 두시면 좋을 듯 하네요.



1. 제가 여기에 작성하는 글은 기본적으로 저 자신을 위해서 쓴 글입니다. 

   기왕이면 다른 분들도 읽어 주시면 좋긴 하지만, 아직 읽을 만한 글을 쓸 내공은 없는 듯 하네요.

2. 제가 쓴 글이던, 다른 분이 단 댓글/답글이던 삭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맞춤법이나 사소한 오류를 제외하면 추신을 달지언정 수정하지 않고 두고두고 반성할 예정입니다.

3. 원칙적으로 모든 댓글에 답글을 달 예정이긴 합니다만,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댓글은 예외입니다.

4. 욕설은 환영하지 않지만, 굳이 금지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자신의 댓글에 달린 답글에 욕설이 있음을 불편해하시는 분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입니다.

   (필요하면 이 경우만 예외적으로 삭제할 수도 있습니다.)

5. 참고로 저는 정치적으로는 보수이고, 경제적으로는 중도(적당한 규제가 필요하다)적인 입장입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보수의 의미는 소넷님의 정의와 같습니다.  http://sonnet.egloos.com/3634097#none

러시아의 외교적 목표와 혁명성에 대하여

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이와 관련된 저의 이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잡글을 하나 써 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 조지아 전쟁(남오세티아 전쟁)을 마치고 발표한

러시아의 공식적인 입장은 당시 대통령인 메드베데프(푸틴과 총리직을 교대하는 그 사람)의 이름을 따서

메드베데프 독트린이라고 불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가 이 분야의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스승님의 동의는 얻은 적이 없지만) 소넷님의  http://sonnet.egloos.com/4018308 이 글에 있고,
이에 대한 오르카님의 반론 아닌 반론과 http://note100.egloos.com/4774911
다시 이에 대한 소넷님의 재반론 http://sonnet.egloos.com/4019597 이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제 식으로 거칠게 요약하면 메드베데프 독트린은
러시아는 예전의 레드 드래곤 급의 신화적 존재는 아니지만,
자기 나와바리 정도는 지킬 수 있는 백곰이고,
그런 러시아가 가장 신경쓰는 인접국인 우크라이나 등등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구체적으로 현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키예프 시위대가 기존 대통령을 쫓아내기 하루 전에 체결되었던 2. 21.자 합의를 준수하라는 것인데,
 
이를 역시 거칠게 요약하면, 일단 우크라이나의 치안 등을 안정시키고,
총선으로 현 상황을 반영하는 거국일치 내각을 구성한 다음
개헌을 한 다음 대선을 해서 대통령을 새로 뽑되,
그 전까지는 기존 대통령을 형식적으로라도 앉혀 놓자는 것입니다.
( 자세한 내용은 http://sonnet.egloos.com/4859117 이 글을 참고하세요.)
 
그리고 이게 무산된 후 러시아의 입장은
여전히 기존 합의의 이행을 강조하면서, 상황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러시아군에 맡기자는 것입니다.
(역시 자세한 내용은 http://sonnet.egloos.com/4859325 )
 
이후 푸틴은 3. 3. 기자회견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는데,
다시 한 번 거칠게 요약하면 합법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정권이 교체된다면 자신은 이에 따를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친러시아적인 지방정부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개헌이 전제되어야 하며,
누가 되었든 구체적인 합의를 위한 협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역시나 자세한 내용은 http://sonnet.egloos.com/4860274)
 
이상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이
현 우크라이나를 장악한 키예프 정권에 대한 서유럽의 지지는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이미 공표한 자신의 핵심이익에 대한 정면도전입니다.
 
또한 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러시아가 필요하다면 군사적 충돌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고,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갑작스러운 사태가 아니라
러시아가 정신을 차리고 안정된 이후부터 꾸준하게 세계를 향해서 공표해 온 입장이라는 거죠.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미래에 아무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저 같은 사람이 보기에,
지금 서유럽이나 키예프 정권은 당연히 예상되는 문제에 대하여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무척이나 어설픈 아마추어 집단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푸틴이 칼을 뽑아들었는데, 서유럽은 이를 예상하지 못하고 바게트를 가지고 싸우러 나갔다는 자평도 있다고 합니다)
제게 친숙한 예라면 카이사르 암살에 성공한 직후의 브루투스 일파라고나 할까요.
 
이후 현재까지 푸틴의 행보는
키예프 정권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상 막연히 기다릴 생각은 없고,
자신이 생각하는 차선책(크림반도의 러시아 편입, 동우크라이나의 분리독립)을 신속하게 실행에 옯기고 있는바,
이 또한 기존에 공표한 메드베데프 독트린에 입각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논쟁 주제인 이제까지 살펴본 러시아의 입장을 2차대전 직전의 독일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냐,
즉 러시아가 과연 현 국제체제에 도전하여 평화를 해치는 혁명적인 국가이냐는 문제로 돌아가면,
저는 아래와 같이 두 가지 이유에서 현 러시아와 2차대전 직전의 독일과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유사성=혁명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http://sonnet.egloos.com/4118648 이 글을 참조하시고,
 요약하면  체제 내에서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국가와 체제 자체를 엎으려는 혁명적인 국가는 구별해서 대처해야 하는데,
 히틀러는 후자의 국가였음에도 뮌헨회담에서 영, 프는 독일을 전자로 오해해서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먼저,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러시아는 일관되게 제한적이고 분명한 목표를 천명하고 이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고 있을 뿐,
범세계적인 혁명적 주장을 하거나 그러한 행태를 보이고 있지 아니합니다.
따라서 러시아는 분명 예측가능한 존재이고,
이쪽에서 그럴 의지가 있다면 많은 피를 흘리지 않고도 충분히 설득가능한 존재로 보인다는 겁니다.
 
두번째로 체제와 이에 저항하는 국가의 상대적 국력을 고려했을 때,
독일과 러시아는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2차대전 직전에 유럽을 지배하던 베르사유 체제를 지지하던 국가는
영국, 프랑스, 폴란드 (잘해야 벨기에, 기회주의적인 이탈리아) +@ 정도에 불과하였는데,
독일이 자신들이 추구하던 체제 내 목표인 독일어 사용자의 통합을 달성한 이후의 국력은
최소한 유럽대륙 내에서는 지지국들이 최선을 다해야 독일이 약간의 열세라고 평가될 정도였죠.
따라서 독일은 군사적 모험을 시도했고 아시다시피 2차 산업혁명을 반영한 군사혁명의 도움으로 가볍게 유럽을 재패했습니다.
 
반면 현 체제의 알파와 오메가인 미국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군사력/경제력을 과시하고 있으나,
위에서 인용한 오르카님의 글에서 언급되지만 러시아의 군사비는 미국의 7%에 불과하고,
GDP도 9%에 불과한 지역강국에 불과하고,
이보다도 경제적으로 취약한 러시아 인접국가를 병합해도 그 비율이 의미있게 호전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요컨대 러시아는 혁명적 목표가 있어도 이를 추구/실현할 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중국의 부상 결과 다극체제가 실현된다면, 중국에 러시아가 편승하여 혁명세력이 될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건 일단 지금의 일은 아니고 주제도 다르니 현 러시아의 분석에 도움되는 정보는 아니라는 점만 지적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따라서 현 러시아의 행태는 굳이 따지면 1차대전 이전의 범슬라브주의를 표명하던 러시아 제국에 가깝다고 보이고,
 이에 상응하는 범게르만주의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존재하지도 아니하므로,
현 사태는 평화적으로 (다소의 잡음만 일으키면서) 해결될 것으로 보이니,
이를 가지고 히틀러의 재래라던가, 미국과 서유럽이 군사적인 방안을 포함해서 강력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혹시나 싶어서 첨언하면, 저는 러시아의 현 목표나 행동을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습니다(굳이 따진다면 제국주의적 행태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2차대전기 미군 전차대대 야전교범

최근 구글링으로 미군 전차대대 야전교범을 구했는데,

혹시 필요하신 분들은 받아가시기 바랍니다.

42년판과 44년판 둘이 있는데, 듣기로는 42년판은 그냥 뇌내망상에 가깝고, 44년판은 실전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합니다.

짬날때마다 검토해서 양자의 차이를 포스팅해볼 생각이 있긴 합니다만,

부족한 영어실력과 생업의 압박을 생각하면 올해 내로 가능할지 의문스러우니,

능력자분들께서 대신 해주시면 무진장 고마울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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